1. 장소 선정
오로지 오름만을 오르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아마 오름을 오르시는 대분분의 분들은 일정 중 시간이 남기 때문에 오름을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 보니 급하게 검색 신공을 발휘하여 이왕이면 가까이 있는, 또 이왕이면 유명한 오름을 찾으시겠죠?
그런데 오름을 선정하실 때에는 굳이 육지의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처럼 공들이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제주는 중심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내 주변 어떤 오름을 오르셔도 오름 각각의 풍광과 아름다움을 만끽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정 중 오름 일정을 정하실 분들은 굳이 멀리 있는 유명한 오름 말고, 숙소 주변에 있는 이름만 있는 오름을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분명 어떤 오름을 오르셔도 더 쉽고, 재밌게 오름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오름은 여유 있게 1시간 전후로 트레킹 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혹시나 오름만을 위해 여행하러 오신 분들이 있다면 저는 굳이 성산일출봉을 포함한 동남쪽 오름들과 중산간 오름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동쪽 오름들은 대부분 풍광이 좋고,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동쪽 지역 특성상 오름과 녹지, 바다가 경관을 이루는 곳이 많습니다.
대부분 30분 만에 정상에 오르셔서 대단한 정복자가 되셨다고 느끼실 정도로,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2. 일기 예보를 꼭 참고하고 오르세요
제주도는 섬입니다. 고로 날씨가 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햇빛이 쨍쨍 비치다가도 금세 바람이 거세게 불며,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서쪽과 동쪽의 날씨, 북쪽과 남쪽, 바닷가와 중산간의 날씨가 전혀 다를 때도 많습니다. 꼭 가고자 하는 지역의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3. 복장을 잘 갖추세요
오름도 산입니다. 대부분 광활한 대지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오름의 정상은 항상 바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자주 올랐던 용눈이 오름의 경우, 정상에 오를 때마다 거센 바람에 입이 어는 것을 쉽게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쪽의 대표 오름 새별오름의 경우에도 동쪽 오름 정도는 아니어도 바람이 매우 거셉니다.
즉, 오름을 오를 때는 꼭 바람막이 정도의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오름을 더 여유 있게 즐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웬만하면 운동화 착용을 권해드립니다. 물론 오름 중 '아부 오름'과 같이 슬리퍼 신고,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오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름은 계단도 있고, 흙길도 있고, 야자 매트가 깔린 길도 있습니다. 굳이 올라가서 멋진 사진을 남기실 거라면, 차라리 신발을 하나 싸 들고 올라가시는 게 더 오름을 편하고, 즐겁게 오르시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4. 사색의 시간을 위한 준비를 하세요
오름은 육지에 있는 높은 산이 줄 수 없는 다른 풍광을 여러분에게 선사할 것입니다. 그 감흥은 오른 사람만이 아는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줄지어 있는 나무의 경계를 보는 즐거움, 광활한 대지에 있는 초원의 풍경, 저 멀리 보이는 구름 떠 있는 바다, 옹기종기 모여 풀을 뜯고 있는 말들, 돌담으로 나누어져 있는 땅의 구획들, 여기저기 눈에 보이진 않지만.
눈에 살랑거리는 바람의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우리의 가슴은 벅차오르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이때,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더해진다면... 굳이 노이즈 캔슬링은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거센 바람의 소리와 어우러진 음악의 소리가 더해져야 제맛입니다. 여러분의 감성을 깊은 사색의 세계로 초대할 것입니다.
핸드폰에 메모 기능이 있지만, 굳이 종이를 준비해 메모하거나 글을 끄적이는 즐거움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대부분의 오름의 정상에는 벤치나 앉아서 사색을 즐길만한 공간이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멀리 제주의 놀라운 풍광을 보면서 여러분의 4차원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세요.
혹시 여러분 마음에 있던 짐들이 바람을 타고 모두 날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사실 제주에 내려와 오름을 오르면서 어떤 때에는 크록스를 신고 간 적도 있고, 정상에 오르자마자 비가 쏟아져 쫄딱 젖어서 내려온 경우도 있고, 계단을 오르다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찰과상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입이 마비될 정도의 바람 때문에, 바람막이가 없어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멋진 풍광을 감상도 못 하고 내려온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마저도 저에겐 아름다운 오름 트레킹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들만 잘 준비해도 준비된 오름 트레킹을 멋지게 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글을 다 마치고 나니, 김동률 님의 '출발'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오름은 바로 이렇게 가는 것이다.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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